독후감

[책]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slivercastle 2020. 2. 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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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관련 책을 찾다가 인기 순위권에 있는 이 책을 골라보았다. 이 책은 생각보다 크고 내용이 꽤나 어렵다. 예술이나 미학 관련 책들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그나마 이 책은 난이도가 매우 높지는 않다. 그리고 예술 분야에 종사하거나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로 크게 5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대한 의미(정의)를 저자가 맨 마지막 부분에서 적어놓았다.

 

"예술이 인간관계와 관련된 우리의 능력들을 어떻게 증진시키고, 돈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어떻게 개선하고, 우리의 본래적 자아에 대처하며 우리의 꿈을 정치적으로 구현하는 노력에 어떻게 일조하는지 살펴보았다. 이것만으로도 기존 예술계가 지금까지 권유해온 예술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성큼 벗어나는 첫걸음을 뗀 셈이다."

 

"우리는 예술이 나타내는 이상들을 흡수한 뒤, 아무리 우아하고 의도적이어도 단지 상징적으로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술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긍정적 영향을 주고, 더 확장하여 사랑과 돈과 정치에까지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  진지하게 알랭 드 보통은 접근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에 대한 부분과, 현대의 미술관들의 역할들에 대해서이다(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예술가들에 대한 조언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부분도 참 좋았다.

예술에 대한 가치를 어렴풋이 이미지만을 가지고 살아왔지, 구체적인 형상이나 개념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 어렴풋한 이미지를 글로서 명확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놓고 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평론가나 미학가가 아닌, 소설 작가가 예술에 관련된 글을 썼다는 것이 신선했다. 독자들도 그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의 일곱 가지 취약점 1. 기억 2. 희망 3. 슬픔 4. 균형 회복 5. 자기 이해 6. 성장 7. 감상을 예술이 도구로서 보완해줄 수 있다고 한다. 꽤 길지만 굉장히 좋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서 기록해둔다. 

 

1. 나쁜 기억의 교정책 : 예술은 경험의 결실을 기억하고 재생할 수 있게 해준다. 예술은 소중한 것과 우리가 찾은 최고의 통찰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며, 그것들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예술에 우리의 집단적 성취를 예치한다.

2. 희망의 조달자 : 예술은 즐겁고 유쾌한 것들을 시야에 붙잡아 둔다. 예술은 우리가 너무 쉽게 절망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3. 슬픔을 존엄화하는 원천 : 예술은 삶에서 슬픔이 차지하는 정당한 위치를 깨우쳐주고, 우리는 그로 인해 곤경 앞에서 덜 당황한다. 곤경을 고귀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4. 균형추 : 예술은 우리가 가진 좋은 자질들의 핵심을 특히 명료하게 암호화해 다양한 형태의 매체로 우리 앞에 내놓고, 그럼으로써 우리 본성의 균형을 회복시켜준다. 예술은 우리에게 허락된 최고의 가능성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5. 자기 이해로 이끄는 길잡이 : 예술은 나 자신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해준다. 인간의 많은 부분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아트 오브제를 집어 들고 혼란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말할 수 있다. "이게 나야."

6. 경험을 확장하는 길잡이 : 예술작품에는 타인의 경험이 대단히 정교하게 축적되어 있으며, 잘 다듬어지고 훌륭하게 조직된 형태로 우리에게 제시한다. 예술은 우리에게 다른 문화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가장 웅변적인 예들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예술작품과의 교유는 우리 자신과 이 세게에 대한 이해력을 넓혀준다. 많은 예술이 처음에는 '남의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순간 우리 자산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생각과 태도가 그 안에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보다 나은 존재로 발돋음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손닿는 거리에 와 있는 것은 아니다.

7. 감각을 깨우는 도구 : 예술은 우리의 껍질을 벗겨내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을 버릇없이, 습관적으로 경시하는 태도를 바로 잡아준다. 우리는 감수성을 회복하고, 옛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본다. 예술은 색다르고 화려한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가정하는 오류를 막아준다.

 

이 내용을 인지하고 예술 활동을 하거나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왜 우리가 예술을 하는지 또 어떻게 감상을 해야 하는지 그 의미에 대해 가깝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인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좋은 조언도 남겨준다. 이제 예술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힌트 같다. 그 내용을 몇 개 남겨보겠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우리가 나중에 이룰 수 있는 업적의 그림 조각을 갖고 있다. 잡지를 훑어보거나, 파티를 하는 실내를 둘러보거나, 동창생들의 경력에 일어난 최근의 변화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밀려드는 부러움 들을 걸러내 조각 그림을 맞추면 진정한 자아의 초상화가 나온다.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이고 생산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사람과 상황 전체를 부러워하지만, 사실 부러움의 대상을 차분히 분석할 기회가 주어지면 실제로 우리의 꿈에 열쇠가 되어줄 부분은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우리가 보통 새로움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어느 선배의 작품에서 하위 주제였던 것을 현명하게 부각시킨 사례일 수 있다. "

 

"예술가가 존경하는 선배와 교감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사용해온 또 다른 기술을 조합이다."


이해하는 게 바로 안돼서 반복해야 하는 문장들이 많았기 때문에 읽는데 꽤나 오래 걸렸다. 좀 지루할 수도 있고, 특히 돈과 정치 부분은 억지로 읽은 면도 있었지만,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예술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역시 새로운 시선과 남다른 깊은 통찰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이후 그의 책을 두 번째로 읽어본 것인데 독자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술에 관련된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중간중간에 많이 들었다. 

이 책안에는 많은 화가들의 그림과 건축가들의 건축물들이 예시로 나오는데, 그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지니 정말 미술관에서 도슨트에게 설명 받는 느낌도 들어서 좋았다. 알아감이라는 것은 중독성 있고, 비워진 내면을 꽉 채워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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