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너무 유명한 명서이기 때문에 빌려보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으로 가혹한 시대의 영화나 책은 잘 못 본다. 특히나 전쟁과 관련되어서는 말이다. 이 책도 유태인이 고통받았던 수용소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혹여나 고통스럽고 힘든 내용들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저자가 일부러 가혹한 이야기들을 상세히 쓰지는 않은 것 같다.
책은 어렵지도 않고, 양도 많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전에 이책에 대한 정보를 너무 유튜브에서 봐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이제는 책 후기는 절대 안 봐야겠다. 책 읽는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 같다.
저자인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의사이며, 젊은 시절 가족들과 함께 수용소에 끌려간다. 그곳에서 3여년간 지냈다고 한다. 그동안 가족과 아내를 잃고 만다. 이 책은 그곳에서의 경험과 그것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와 그가 정신과의로서 창안한 로고테라피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다.
간단하게 이 책의 요점을 말하자면, 어떠한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과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 글귀가 있다.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
수용소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면, 사람은 타인을 짓밟더라도 자신만 살려는 미천한 인격을 가진 부류와 같이 살기 위해 애쓰는 고매한 인격을 가진 부류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물론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지만, 저자는 숨겨둔 빵을 줬던 감독의 일화를 이야기하면서, 그가 인간적인 '그 무엇'도 함께 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따뜻한 말과 눈길이었다고 한다.
척박한 환경에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 강제 수용소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수용서에서는 절망하는 사람과,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도 나뉘는데, 절망하고 포기하는 사람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저항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서 '자신의 시련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나오는 아래 문장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아무리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마주쳤을 때에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것을 통해 유일한 인간의 잠재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한 개인의 비극을 승리로 만들고, 곤경을 인간적 성취로 바꾸어 놓는다. "
어떤 의미에서 시련은 그것의 의미 - 희생의 의미 같은 - 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할 수 있다.
나조차도 시련에 대해서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하고 세상을 원망하고만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동안 시련과 비극은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거나 탓하기보다, 시련이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삶는다면 인생이 더 가치 있게 다가올 것 같다.
책에는 저자의 환자 중 17살에 목뼈가 부러지는 사고로 장애를 얻게 된 사람의 글이 실려있다.
"저는 제 삶이 의미와 목표가 충만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운명의 날에 대한 나의 태도가 삶을 바라보는 내 자신의 신조가 되었습니다. 나는 내 목을 부러뜨렸지만, 내 목이 나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대학에서 처음으로 심리학 과목을 듣고 있습니다. 나는 내 장애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내 능력을 더욱 향상시켜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시련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도달한 인간적인 성숙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용소에서의 상황을 적용해서 로고테라피에 대한 설명들과 글들이 실려있다.(로고테라피에 대한 정의는 생략하겠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적이 었던 내용을 적어보겠다.
요즘의 사회는 유용성이라는 기준하에 그 사람이 사화에 이로운 존재인가 하는 기능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정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이루어낸 성과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가치는 무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만연해 있는 집단적 허무주의에 휩싸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에디트 바이스코프 요엘슨의 말에서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로고테라피가 오늘날 미국 문화가 지니고 있는 건전하지 못한 성향을 근절시키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늘날 미국에는 자신의 시련을 자랑스러워하거나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그것을 품위 있는 것으로 만들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 치유 불가능한 환자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불행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위 문장은 나도 뜨끔 하게 했다. 나 역시 살아왔던 과거를 가치 있게 보지 않고, 성과와 유용성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아래의 저자의 말처럼 살아온 여러 시행착오의 것들을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가치 있는 삶의 기록으로 여긴다면, 나의 삶의 가치가 더 의미 있어 보일 것이다.
염세주의자는 매일같이 벽에 걸린 달력을 찢어내면서 날이 갈수록 그것이 얇아지는 것을 두려움과 슬픔으로 바라보는 사람과 비슷하다. 반면에 삶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은 떼어낸 달력의 뒷장에다 중요한 일과를 적어놓은 다음 그것을 순서대로 깔끔하게 차곡차곡 쌓아 놓는 사람과 같다. 그는 거기에 적혀있는 그 풍부한 내용들, 그동안 충실하게 살아온 삶의 기록들을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반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아주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시련과, 비극에 대한 새롭고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해줄 뿐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해준다. 인간이 시련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우리가 어떻게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야 할지 많은 의미를 말해준다.
단 한번 나에게 주어진 삶을 고통 속에서 살 것인지, 감사하며 기쁘게 살 것인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는 것이다.
현실이 버겁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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