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미쳐야 미친다 - 정민

slivercastle 2020. 2. 1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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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전에 읽은 <공부에 미친 사람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 책이 더 읽는 데는 흥미로웠던 것 같다. 

올해는 꼭 읽어야할 명서들만 골라서 읽기로 다짐했는데, 한 번씩 길을 벗어나 이렇게 흥미로운 책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벽에 들린 사람들

처참한 가난과 신분의 질곡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맹목적인 자기 확신, 추호의 의심 없이 제 생의 전 질량을 바쳐 주인 되는 삶을 살았던 옛사람들의 내면 풍경이 나는 그립다.

 

2분 맛난 만남

만남은 만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그 만남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나일 수가 없다.

 

3부 일상 속의 깨달음

고수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그들의 눈은 남들이 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단번에 읽어낸다. 핵심을 찌른다. 사물의 본질을 투시하는 맑고 깊은 눈, 평범한 곳에서 비범한 일깨움을 이끌어내는 통찰력이 담겨있다.

 

책에서는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김득신 등 조선지식인들의 삶과 일화들을 들려주며, 저자가 느끼고 말하고 싶은 내용들을 잘 전달해주고 있다.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연들도 있고, 그 속에서도 의지와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비범한 삶 속에서 많은 일깨움들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지식인들의 편지나 책에서 인용된 글들이 많이 나오는데, 옛문장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느껴지곤 했지만, 저자가 그에 대한 해설을 잘 적어놓아서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정말 옛이야기를 어르신께 듣는 기분이랄까.

 

책 내용 中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세상에 미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큰일이란 없다.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잊는 몰두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다. 한 시대를 열광케 한 지적, 예술적 성취속에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하는 광기와 열정이 깔려있다.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들이 아니라 주변 또는 경계를 아슬하게 비껴갔던 안티 혹은 마이너들이었다.

 

절망 속에서 성실과 노력으로 자신의 세계를 우뚝 세워올린 노력가들,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그 자체로 삶이었던 예술가들,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세워 한 시대의 앙가슴과 만나려 했던 마니아들의 삶 속에 나를 비춰보는 일은, 본받을 만한 사표도 뚜렷한 지향도 없이 스산하기 짝이 업는 이 시대를 건너가는 데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엽기적인 독서가 김득신의 이야기였다. 그는 머리가 좋지 않은 둔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항상 김득신을 믿어주고 응원해주었고, 그 덕분인지 평생 그는 자신의 둔함에 좌절하지 않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는 <백이전>은 11만 3천 번을 읽고, <노자전><분왕><벽력금>......등은 2만 번, 그 외에서 만 번을 넘게 읽은 책이 너무 많았다. 기함을 할 정도이다. 나에겐 책 한 권을 두 번 읽는 것도 참 드문일인데, 11만 번을 어떻게 읽었을까. 

끊임없는 노력과 배움에 대한 성실함 때문에 마침내 큰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렇게 글을 적어놓았다.

 

"부족해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어느 순간 길이 열린다. 단순무식한 노력 앞에는 배겨날 장사가 없다.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는 동안 내용이 골수에 막히고 정신이 자라, 안목과 식견이 툭 터지게 된다. 한번 터진 식견은 다시 막히는 법이 없다. "

"함부로 몸을 굴리고,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청춘을 탕진한다. 무엇이 좀 잘 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물밀 듯 우루루 몰려갔다가, 아닌 듯싶으면 썰물 지듯 빠져나간다.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싫은 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어하고 칭찬만 원한다. 그 뜻은 물러 터져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킴은 확고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작은 것을 모아 큰 것을 이루려 하지 않고 일확천금만 꿈꾼다. 여기에 무슨 성취를 기약하겠는가?"


그 외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여기서 간단히 줄이도록 하겠다. 기대했던 것 만큼의 책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옛이야기와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