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은 깊게 진하게 흔적을 남기고 간다. 올해 몇 권의 좋은 책을 읽었고, 그 흔적들로 나를 쌓아가고 또 지금의 나를 방향 지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 역시 그 좋은 책 중의 한 권으로 남는다. 만약에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머릿속으로는 감명을 받았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것이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40살이 넘어서 싯다르타를 읽었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공명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 사고 한 것과, 체험을 통해 통찰한 경험과는 그 간극이 크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과연 어떻게 서평을 남길지 너무 어려운 고민이 생긴다. 나의 글로 어떻게 거대한 것을 담아낼 수 있을까. 글을 쓰기 전부터 부담감이 엄습해온다. 하지만 부족한 글솜씨라도 짧게나마 남겨본다.
간단한 줄거리를 적어보자면, 싯다르타라는 한 인간이 깨달음을 얻기위해 성찰해가는 삶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품 소개란에 이런 글이 쓰여있다. '헤르만 헤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 개인의 영적인 성장과정을 묘사하는 전통적인 교양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저자가 싯다르타를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우리 모두는 부처가 될수 있으며, 그 누구도 어리석지도 잘나지도 않다, 또 우리의 과거도 미래도 규정짓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왜냐하면 현재에 지금 우리 안에 과거와 미래가 모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때문에 중생 개개인의 내면에 숨어있고, 생생될 그 부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진리의 깨우침은 이론과 가르침만으로는 타인에게 전달할 수 없으며, 스스로의 체험을 통해서 깨달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나의 고난했던 삶의 여정들을 뒤돌아보며, 그것을 경험했기에 그의 글들에 몰입될 수 있었고, 눈물 흘릴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내가 60살이 되고, 80살이 되었을 때 다시 이 책을 읽고 느끼는 소회는 아마도 틀리겠지.
처음 시작부터 시같은 문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깊이감이 틀리는구나 감탄이 나왔다.
· 망고나무 수풀속에서, 사내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 어머니의 노랫소리를 들을 때, 신성한 제사를 지낼 때, 학자인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을 때가 현인들의 대화를 들을 때면 그의 새까만 눈동자 속으로 그림자가 흘러들었다.
· 꿈들과 끊임없는 생각들이 강의 물결로부터 흘러들어왔고, 밤하늘의 별들로부터 반짝반짝 빛을 내며 왔고, 태양의 빛으로부터 녹아 내려왔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곳은 너무 많았지만, 특히 싯다르타가 뱃사공과 함께 강에서 살아가면서부터 여러 가지 깨우침을 얻는 과정들이 마음 깊이 박혔다. 책 안의 내용을 남겨본다.
· '내가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지금, 머리카락이 벌써 반백이 다 된 지금, 그 온갖 힘들이 다 약해져 버린 지금,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 어린아이 상태에서 다시 새로 시작을 해야 하다니!'라고 살아온 삶 후회하는 싯다르타의 말이다.
지금 내 현실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그의 말에 뼛속까지 공감을 느끼며, 눈물을 짓기도 했다. 나 역시 40살이 넘고 보니, 쌓아놓은 것은 보이지 않고 다시 처음처럼 제자리에 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말에서 삶의 무게감을 한층 덜어가는 위안을 받았다.
'앞으로 나의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까? 그 길은 괴상하게 나 있을 테지, 어쩌면 그 길은 꼬불꼬불한 길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그 길은 원형의 순환도로일지도 모르지. 나고 싶은 대로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그의 말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나 역시 삶의 지혜를 얻는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남겨본다.
'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 순간마다 새롭다!'
'이 돌멩이는 돌멩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 하며, 그것을 또한 신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장차 언젠가는 이런 것 또는 저런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물론 책 안에는 더 많은 표현들로 문장들이 채워져 있으나, 내용을 간단히 적기 위해서 위의 문장만 적어본다. ) 내가 이제껏 판단하고 기준을 내렸던 것들이 어리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른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가장 이 책에서 공감했던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되새기며 내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자각했다. 어떤 연유인지 어릴 때부터 세상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는 시선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미워하고 혐오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그런 잣대와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는 것과도 동일했다. 참 어리석고 힘들게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와 세상을,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내는 연습을 해야겠다. 타인을 존경하듯, 나를 존경하고, 나를 아끼듯, 세상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말이다.
이 책은 올해 읽은 책 중에 베스트에 꼽는 책 중의 하나이다. 삶이 혼란스럽고, 절망에 빠져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되며, 마음속의 큰 울림도 얻을 것이며, 혼란스러움도 삶의 한 여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어 현재의 나를 더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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