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부

9급 합격 후 면직 고려

slivercastle 2025. 1.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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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급 합격하고 수습으로 발령받은게 2024년 11월이었다. 내가 받은 발령지는 시골의 작은 면사무소였고, 1인 민원대였다. 3주간 옆의 전임자에게 배우며 일을 하다, 신규교육을 다녀왔다.
 
그리고 12월 시보가 되었고, 다시 면사무소에 돌아갔을 때는 전임자가 곧 면직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아직 일도 잘 모르는데 다양한 일들을 혼자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12월 말까지 전임자에게 배울거는 다 배워야한다는 마음으로 야근과 주말 출근을 하며 정신없이 일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전임자 퇴사전날 너무 부담감과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부면장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일이 안맞는 것 같다, 일이 힘들다며' 읍소를 했지만, 뭐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이만큼 힘들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으로 마음이 후련했다.
 
그리고 1월부터 오늘까지 나는 지옥같은 하루를 견디고 있다.
1월부터 시작하는 사업들이 많아서, 민원인들이 서류를 떼러 몰려든다. 그 와중에 모르는 일들이 공문으로 내려오고, 기간안에 해결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시작되었다. 몸에 커다란 뽀루지가 나고, 눈에 핏줄이 터지고 과민성 대장증후군도 다시 생기고 내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생초보가 민원인들의 문제와 공문들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누가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고, 여기저기 면사무소에 구걸하듯이 전화를 걸어서 물어봐야했다. 점심때쯤에 벌써 녹초가 되었고, 오후가 되면 이렇게까지 내가 일을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이런일을 앞으로 20년 가까이 해야한다고??? 내가 생각했던 공무원의 생활과 너무나 달랐다. 이럴줄 알았으면 공부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사람의 밑바닥을 드러내게하는 환경에 치가 떨린다. 
나는 워라벨과 안정성으로 이 직업에 도전을 했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위해... 하지만, 줄곧 야근과 주말 출근, 그리고 2년마다 어느부서로 가서 또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을 배워야 한다는 것에 고개가 저어진다. 지금은 또 인내해서 다닌다지만, 부서를 옮겨서 힘들 때 또 그만두고 싶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드니, 일치감치 발을 빼는게 정신건강과 내 인생의 시간을 절약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나이가 이제 많다. 취업도 어렵고, 그림그리는 일로는 먹고 살기가 빠듯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소중한 인생을 갉아먹고 살기에는 내가 소중하다. 돈은 적더라도 그림을 그리며 좀더 다른 일들에 도전해볼까라는 마음이 생긴다. 도전해보고 싶었던 작은 사업들이나...물론 그림에도 몰두하며 말이다. 돈이 궁하면 아르바이트도 할 생각이다. 점점 더 내 마음이 확실해진다. 이번달까지 근무하고 퇴사를 하고 싶다. 2월에는 다시 시작하고 싶다. 공무원이라는 도전이 나의 인생에 큰 경험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도 되었는데, 다른 일을 도전해서도 잘 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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