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 저자 김영숙, 노성두, 류승희 2005.07.05.
이 책은 밀레를 포함한 바르비종파의 역사와 화가들을 소개한 책이다. 미술 역사서에 가까운 도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좀 딱딱하고 미술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살짝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밀레와 자연을 사랑한 화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하다. 특히 풍경화의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는 책이다.
총 3가지 챕터로 나뉜다. 각각 챕터마다 저자도 틀리다.
첫 번째는 바르비종파를 찾아서 직접 저자가 프랑스 퐁텐블로 숲으로 찾아간 여정을 그렸다.
두 번째는 풍경화의 역사를 설명하며, 바르비종 풍경화가 탄생한 배경을 그렸다.
세 번째는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다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바르비종파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바르비종에서는 밀레와 루소가 가장 알려져 있는 화가이다.
간단히 바르비종파라는 것을 소개하겠다. 바르비종이란 프랑스의 작은 마을이다. 19세기 근대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되던 도시 파리를 떠나 많은 화가들이 거대한 숲 퐁텐블로를 찾아 바르비종에 모여들었다. 바르비종파는 풍경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화파이다.
좀 많은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요약해서... 풍경화의 역사와, 바르비종 화가들 몇 명의 소개만 하도록 하겠다.
<풍경화의 역사>
풍경화가 독립 소재로 다루어지면서 회화의 한 주역으로 떠오른 것은 18~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그전까지 풍경은 헤라클레스의 영웅담이나 예수의 수난 그림을 장식하는 뒷배경에 불과했다.
동서양 미술사를 통합해 볼 때 풍경화는 대체로 동양에 비해서 약세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서양인들은 인간에게만 있다고 믿는 '이성'에 대해서 유달리 집착해왔다.
그리고 고대 풍경과, 중세 풍경화, 르네상스 풍경화, 근대 풍경화로 쭉 페이지를 넘기면서 흥미롭게 눈길을 끈 대목들이 있어서 글로 남겨본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철사공장, 1494] 풍경화 작품이 나온다. 이 시대의 풍경화란, 초상화가 그 얼굴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것처럼, 풍경화도 그 땅의 임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화가란 '붓으로 서류를 작성하는 공증인'이었던 셈이다. 풍경화가 이런 쓰임새로 그려지고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다.
피터 브뢰겔의 [눈밭의 사냥꾼, 1565] 이 그림은 근대 서양미술의 역사에서 유화로 그려진 최초의 풍경화라고 한다. 정말 인상적이고 좋은 작품이니 검색해보시길 추천한다.
그리고 19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화가 존 컨스터블의 편지글도 인상적이어서 남겨본다. 하늘 그리는 것은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풍경화에서 하늘은 회화적 감정을 표현하는 열쇠이자 기준이라네.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 하늘은 자연에서 빛의 원천이고 모든 것을 지배하네. 그러나 화가에게는 하늘을 그리는 것이 구성에서나 실행에서 나 까다롭기 그지없는 일이지. 하늘은 눈부신 광채에도 불구하고 풍경에서 눈에 튀지 않아야 할뿐더러 현실로부터 멀찌감치 거리를 유지해야 하니까."
<바르비종 풍경화의 탄생>
바르비종의 풍경화는 숲에서 태어났다. 1836년 화가 테오도르 루소가 이곳에 정착한 뒤, 스무 해 가까이 예술의 팔레트를 자연의 제단에 헌정하려는 화가들이 뒤따랐다. 바르비종 화가들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그들의 환경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은 고전주의의 형식에 반발하고 낭만주의적 감성에 지우쳐 지나치게 주관적인 정서를 드러내는 것 또한 거부하는 그야말로 자연 주의적 예술관을 도심을 벗어난 자연의 풍경 속에서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바르비종 미술은 또 다른 의미에서 19세기 미술의 징검다리였다. 고전주의 미술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자연을 있는 그대로 화폭에 옮기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후 인상주의 미술이 태동하는데 기여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화가들로는, 루소, 뒤프레, 밀레, 쿠르베, 코로, 페냐, 도비니, 자크, 트루아용 등등이 있다. 전부 적을 수는 없으니, 대표적으로 루소와 밀레, 코로에 대해서만 간략히 남겨보겠다.
테오도르 루소(1812~67)는 바르비종을 이끈 지도자격으로, 그들 중에서 가장 자연 주의적 화풍을 열심히 일구어낸 화가로 종종 칭송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에게는 살롱전에서 번번이 낙선함으로써 낙선 대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 시대에는 살롱전을 통해서 많은 화가들이 데뷔를 하고 유명세를 얻었다.)
그의 작품이 낙선하는 이유를 살롱전 심사위원들은 '그의 풍경화에는 로마와 그리스의 역사가 엿보이지 않는다. 성서의 내용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역사적인 유적지도 없다' 등으로 표현한다. 그것을 볼 때 심사 기준을 알 수가 있다. 특히 역사 신화 종교와 관련된 작품을 최우선으로 했으며, 풍경화 등은 다소 그 위상이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루소는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오랜 시간 도전 끝에 1894년 살롱에서 1등 상을 받게 된다. 바르비종에서 밀레 등과 친분을 쌓고 그림을 그리며 살다가 생을 마감, 밀레와 나란히 묻혔다고 한다.
루소의 그림은 아주 대범한 터치와 감각적인 색채가 인상적이다. 특히나 자연의 위대함과 장엄한 분위기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아프르몽의 떡갈나무, 퐁텐블로 숲, 1852], [연못, 1850], [일몰의 햇빛, 1849]
*살롱전: 1667년 루이 14세가 '왕립 회화, 조각 아카데미 소속 작가들의 전시를 후원하면서 시작되었는데, 루브르궁의 아폴론 살롱에서 열린 것에서 비롯되어 '살롱전'이라 불리게 되었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75)는 아마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화가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관심을 인간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 확대시키기로 결심한다. 밀레와 함께 그림을 그리곤 했던 루소가 자연 그 자체에 몰두하는 동안 밀레는 그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인간을 그렸다.
하지만 책에서 저자는 밀레의 또 다른 면모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실상 밀레는 서민적일 것 같지만, 사실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치운 독서가이자 교양인으로서 감히 누구도 대적 못할 만큼의 지적인 독선가였다. 또 그렇게나 많은 농부들을 화폭에 담으면서도 농부들과는 개인적인 접촉을 삼갔다. 즉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농부는 익명의 농부들로, 밀레가 특별히 친밀감을 가지는 구체적인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밀레가 가난한 시절,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화사 양식이라고 불린 누드화를 그려 팔며 생계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누드만 그린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고 누드화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책에 실린 밀레의 누드화는 비난받을 만큼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인체를 굉장히 잘 표현하고, 유명한 그의 그림보다 더 부드럽고, 풍부하고 감각적인 느낌을 받았다.
[씨 뿌리는 사람, 1850]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코로라는 작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작품이 좋아서 이 작가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코로는 포목상과 패션상가 등을 운영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모 덕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다. 바르비종의 화가들이 대부분 현실 세계에 천착했던 반면 코로는 신화나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그렸으며, 이러한 그림을 중심으로 보수적인 살롱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는 "나는 독신이 아니다. 내게는 항상 열중할 만한 귀여운 상대, 회화가 있다"라고 밝히면서 결혼도 않고 예술 그 자체에 인생을 걸었다. 그리고 무서우리만큼 강한 집념으로 자신의 작업에 열중하고 살았다고 한다.
[빌다브레의 저택, 1835], [초원, 1850~55], [망트 성당, 1865-69]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았던 그림들...
알브레히트 뒤러 [철사공장, 1494], 피터 브뢰겔 [건초 수확, 1565], 피터 브뢰겔 [밀 추수, 1565], 쥘 뒤프레 [다리 건너는 사람, 1838]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언젠가 프랑스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퐁텐블로 숲을 꼭 찾아가서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자연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평생 그림을 그리고 살았을 그들의 삶에 잠시 취해보고 싶다. 그들은 같이 생활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서로 의지하고 경쟁할 수 있는 평생 동료가 있어서 행복하고 든든한 예술가로의 삶을 살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그림에서 진실성을 느낄 수 있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