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부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네

slivercastle 2025. 2. 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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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은 되는 것도 힘들지만 그만두는 것도 쉽지 않네. 1월 20일에 인사과에 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담당자의 만류에도 무조건 면직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설연휴가 있었고 아직 감감 무소식이기에 오늘 메신저로 문의를 했다. 담당자가 느긋해보이길래, 하루하루가 너무 힘드니까 최대한 빨리 면직처리를 해달라고 말했다. 아니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난뒤부터 하루하루 출근하는게 너무 싫고 시간이 너무 안간다. 일도 대충하고, 미루게 되고, 될때로 되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윗상사들의 눈치도 전혀보지 않는다. 숨막히고 답답하던게 없어지니 한결 낫긴하지만, 새로 공문과 일들이 들어올때마다 너무 짜증이 올라온다. 2월되니, 산업계 쪽에서 사업이 시작되는지 서류 떼려고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계속 쉴틈도 없다. 마지막까지 이렇게 일을 다해줘야하나 그런생각이 든다. 정말 내가 이일을 하기 싫은가보다. 그리고 설연휴에 폭설 비상근무 서러 나오기도 했고, 또 불려갈까봐 맘편히 못보냈던거 생각하면….으윽….

오늘은 민원인이 자기 서류를 안떼줘서 다시 왔다고 성질을 내서, 아까 내가 떼줬던 건 뭐냐고 나도 확 화를 냈다. 제대로 어떤 서류를 떼라고 말해주지도 않고, 서류이름이 적힌 쪽지를 들이밀어서 그렇게 뽑아줬더니 난리다. 출장 시간이 다 되어서 같은 부서 주사님께 넘겨버리고 나와버렸다. 휴… 하루 빨리 그만두고 싶다.
집도 내놓았는데, 얼른 이곳을 떠서 다시 합격전의 나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 주변에 좋아하는 햄버거집도 커피매장도 없는 이곳에서 벗어나서 말이다.

물론 어머니와 다시 멀리 떨어져야하는 아쉬움은 크다. 연세도 많으시고 옆에서 챙겨드리고 싶은데, 의도치않게 불효녀가 되어버렸다. 공무원이 되었을 때 가장 좋아하셨고, 또 고향으로 내려온다니 기뻐하셨다. 하지만 내가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징징거릴 때 여느때와는 달리 엄청 반대하시고, 나한테 크게 실망하시기도 하셨다. 하지만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니, 어머니도 납득하셨고 다시 내편이 되어주셨다. 그래서 너무 죄송하고 괜한 희망만 심어드렸던 것 같아서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이해해주고 품어주신 어머니가 참 좋은 분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나는 대학 졸업후 서울로 올라가서 여러 사기업을 다녔다. 중간에 대기업도 다녔고, 프리랜서 생활도 오래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직장을 빨리 그만둔건 처음이다. 이렇게 일이 안맞고 힘들도 스트레스 받은 것도 처음이다. 만약 사기업이었다면, 더 빨리 그만뒀을 것이다. ㅎㅎ
중소기업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인수인계하는 곳도 없으며, 팀이 있지만 이렇게 무관심한 곳도 못봤다. 신규인데 ‘네 일은 네가 알아서해라.‘ 라는 조직 분위기에 정말 충격을 받았었다. 조직장이 있고 팀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해결하고, 또 잘 해결하기위해 회의도 하고, 의견조율도 하고 그런 것이 아닌가….그런데 이노무 조직은 ㅎㅎㅎ
자기일이 아니면 아무런 관심이 없고 자기한테 올까봐 신경이서있다. 이렇게 비생산적인 조직이 어디있는가. 국가조직이 굴러가는게 신기하다. 아니 말단 공무원들이 자신을 갈아가며 굴러가고 있는 것이겠지. 조직장들은 별로 하는일 없이 시간을 보낸다. 7,8,9급들이 그 많은 일들을 쳐내야 하니, 죽을 맛이지….
할말이 많지만 자야하니까 오늘은 여기서 줄인다.

어쨌든 빨리 면직후의 삶을 다시 계획해보고싶다. 열심히 할 나를 믿기 때문에 너무 우울해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