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했다
3년 4개월 동안 근무했던 회사를 퇴사를 했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다가 갈수록 일이 많이 없어져서,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몇 군데 냈었고 이곳이 처음 면접을 본 곳이었는데 바로 합격해서 다니게 되었다. 늦은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했었지만,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었고 즐거운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야근이 별로 없었고, 업무 강도가 낮아서 공무원 공부를 하며 다니기에는 최적의 회사였다. 그러는 동안 진상인 동료와의 갈등이 있었고, 사장님의 갈굼으로 한동안 고생했었다. 하지만 돈과 공부 모두 포기할 수 없어서, 독기를 마음에 품고 다녔었다.
어쨌든 나는 이번에 운 좋게 합격을 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었기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발령이 생각보다 일찍 나서, 급하게 15일만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혹시나 발령 전에 퇴사가 안될까 봐 조마조마했으나, 다행히 다 잘 마무리되어서 무사하게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
싸웠던 한 동료와 사장님만 안 좋았을 뿐, 다른 동료들과는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했었고, 또 몇몇 동료들과는 친밀한 사이였기때문에 많이 아쉽고, 또 그리울 것 같기도 하다. 그만둔다고 말할 때에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처음에 프리랜서 생활 동안 거의 10여년간 혼자 고립되어 있다가 직장생활을 하니, 긴장감도 커지고 불안감이 생겼었다. 그런데 그런 스트레스를 풀 여력 없이, 쉬는 날 없이 공부를 하고 시험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점점 더 심해져서 병원을 다니기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앞도 안 보이는 컴컴한 터널을 어떻게 어떻게 잘 빠져나온 것 같다.
내일은 월요일이다. 원래는 내일 출근으로 일찍 잠들어야 할 시간.....그러나 이제 갈 곳이 없어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서울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딱 2주정도 남았다. 원래는 내년 다른 지역으로 공무원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큰 도시보다 지금 합격한 군 단위 지역이 일강도나 환경 등이 내 나이에는 잘 맞지 않을까 해서 다녀보면서 결정할까 한다.
그럼 이제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가까운 양평으로 여행을 갈지, 도서관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읽을지 고민이 생긴다. 행복한 고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