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쌍수하다. 하지만...
나는 9월 13일 쌍꺼풀 수술을 했다.
면접이 끝나고 이때가 쌍수할 기회다 싶어서 미리 계획했었다. 혹여나 합격이 된다면 이뻐진 얼굴로 새로운 직장에서 생활하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서.... 추석을 앞둔 날이었다. 3군데 상담을 했고, 의사가 잡아주는 세미아웃 라인으로 계약을 하고 왔다. 사실 나는 셤이다 면접이다 직장생활이다 해서 바빴다. 그래서 잘 알아보지도 않고, 의사가 전문가니까 잘 알아서 해주겠지라고 안일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맞는 라인도 찾아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또 의사랑 꼼꼼히 의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생각없이 수술대에 누었다. 생각보다 마취주사는 너무 아팠다. 양쪽에 3방씩 맞았는데, 눈꺼풀을 뒤집어서 놓을 때는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마취된 이후로는 아프지는 않았지만, 실에 살이 당겨지는 느낌이 생생히 느껴졌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거울을 마주하게 되었다. 끔찍했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눈이 퉁퉁 부어있었는데, 내가 생각했던 라인이 아니었다. 눈앞머리는 너무 높았고 눈꼬리 쪽은 너무 좁았다. 쌍수하고 나서 더 못생겨진 거 같고, 늙어버린 중년의 여자가 거울 속에 있었다;;
다음날 바로 고향에 내려가야해서 나는 집으로 부랴부랴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너무 우울했다. 나이 들어 보이고 인상도 울상이었다. 망했다는 느낌이 나를 관통했다. 절망적이었다. 그렇게 집에 내려갔고, 엄마는 나를 보고는 아무 말이 없으셨다. 그리고 하루 이틀 붓기가 조금씩 빠지는데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도 눈꼬리 좀 쳐졌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하루 종일 거울을 봤다. 실밥 푸는 날 눈꼬리만 1-2미리 올려달라고 말하자라고 결심을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병원을 갔다. 나는 의사한테 울상이 되었다고 눈꼬리를 올려달라고 했다. 의사는 별말하지 않고 내말을 들어주었다. 눈꼬리 올리는 건 간단하다고 했다. 하지만 라인이 매끄럽게 안될 거라고 했다. 지금 라인이 마음에 안 들어 풀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수정해 보고도 이상하면 풀겠다고 했다. 그렇게 당일 2시간을 기다려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이번에 눈꼬리쪽 찝는거라 양쪽 2방씩 마취주사를 놓아주셨다. 너무 아팠다ㅜㅜ. 그리고 수술하는 동안에도 저번보다 더 아팠다. 속으로 나도 참 독한 사람이다 싶었다. 수술이 끝나고 의사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왔다. 나와서 거울을 보니 라인이 전에 것보다는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붓기가 빠지도록 냉찜질도 하고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이틀 정도 지나자 저녁엔 붓기가 빠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문제는 오른쪽 눈이었다. 의사말대로 눈이 각이 잡히면서 왼쪽눈에 비해 찌그러져 보이는 것이었다. 나는 또 큰일 났구나 싶었다. 그때 풀고 다시 수술했어야 했나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랐다. 지금도 나는 이 글을 쓰며 거울을 보고 있다. 찌그러진 오른쪽 눈이 날 슬프게 한다.
오늘은 드디어 실밥풀러 가는 날이다. 어제 부랴부랴 반반차를 냈다. 오후 4시에 실밥을 풀고 의사와 이 문제에 대해서 상담할 예정이다. 오른쪽 눈만 다시 재수술할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한다. 이번일로 깨닫게 된 게, '나의 의견을 잘 이야기하는 게 중요하구나'였다. 수술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눈을 잘 말했더라면... 겁먹지 말고, 주눅 들지 말고, 거절당하거나 비난받을 걱정 말고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일로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일들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그렇게 할 예정이다.
그래. 해결하려는 의지와 실천이 있다면 이 일도 다 잘 해결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지금 나에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