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빌리다가 문득 눈에 띄어서 빌렸었다. 창작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제목이었다. 책은 263페이지로 그리 두껍지도 않고, 짧게 사연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라디오를 듣는 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만약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세계의 다양한 인종, 성별, 나이, 예술분야에서 활동하고 또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담겨있다.
우선 간단하게 이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하겠다.
저자는 3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코칭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코칭을 원하는 지원자를 메일로 받아서, 코칭하는 그 과정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신청자에게 각자의 과거, 현재 고민, 그리고 앞으로 2개월 후에 이루고 싶은 목표, 이렇게 세 가지를 요청한다. 그리고 답신이 오면 2주간 작업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저자의 견해를 들려주고 2주 후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묻는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3주간의 작업할 내용을 상의한다. 그 과정들이 내용을 담아 책으로 엮어냈다.
신청자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지금 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무척 공감이 되었다. 빠져나오지 못하는 무력감도 이해가 되고, 완벽주의 성향에서 오는 두려움과 움츠림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늦은 나이도 창작물을 만들고 싶은 열정은 가득 하지만 가난하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이도 저도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절절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나 혼자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있지 않구나,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무엇을 만들기 위해 자그마한 불씨 같은 희망을 품고 사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이책은 코칭을 통해 뭔가 대단한 성과들을 보여주는 낭만 따위는 없다.
정말 예술가의 현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2주간 코칭 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의 생각의 무게에 짓눌려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볼 때 너무 안타까웠다. 드라마처럼 역전의 주인공은 될 수 없는 것일까.
인상적인 문장들도 남겨본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좋지만 조금 더 나아갈 것인지, 이 정도면 됐다고 자족하며 멈출 것인지에 대한 답은 늘 자신 안에 있다. "
"만약 당신이 완전히 고립된 하나의 섬이라면, 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당신이 세운 목표와 투자하는 노력이 다른 사람들이나 바깥세상과 관련되어 있다면, 그 모든 일에 신경을 쓰든가 아니면 당신의 목표와 투자를 그에 맞춰 변화시켜야 한다. 전자를 선택할 경우에는 세상과 맞서야 한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에는 변화와 마주해야 한다.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고민만 하는 것은 해답이 아니다. 세상과 맞서거나, 아니면 진정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창작물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그 무엇도 그 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와 만족도를 우리 기대치만큼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실과 꿈의 괴리는 끊임없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우리의 몸을 마비시키지 않는가? 텅 빈 캔버스 앞에서 완벽한 작품을 상상하지만 현실의 붓끝은 결코 그런 완벽함을 허락하지 않으니, 많은 화가들이 이런 문제로 고뇌를 거듭한다. 우리는 우리의 그림과 글과 음악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발길을 좀처럼 용납하지 않는 영역임을 알아야 한다."
원래 남의 이야기에 더 객관적으로 될 수 있지 않은가. 사연들을 읽고 코칭을 받고 실천하는 전 과정을 읽다보면, '아 이러면 더 좋을 텐데, 나라면 이렇게 할 거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머릿속으로 떠오른다. 내 문제는 보이지 않지만, 남의 문제는 곧잘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너무 많은 생각들속에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불안감, 초조함으로 생각만 하다 실행하지 못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아주 최소한의 목표를 적으라고 한다. 예시를 적어보겠다. 물론 실천이 잘 된다면 최고 목표도 같이 세우면 좋을 것이다.
최소 목표
1. 매일 꾸준히 작업에 몰두한다.
2. 4~6점의 작품을 완성한다.
3. 작품 판매 계획을 세운다.
최고 목표
1. 하루에 4~5시간 이상 작업에 몰두한다.
2. 6~8점의 작품을 완성한다.
3. 일정이 맞는 화랑 두 군데를 선택해 제안서를 보내거나 보낼 준비를 한다.
4. 웹사이트를 완성하고 소매 사이트를 만든다.
5. 중간 이상 크기의 작품을 최소 한점 이상, 혹은 소품을 한 세트 이상 판매한다.
저자는 거대한 목표보다, 2달간 매일 실행할 수 있는 최소 목표를 제시한다. 그렇게 자신과의 약속을 매일 지키는 사람들은 그들의 목표를 채워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무도 자신의 삶을 대신해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코칭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대단한 해결책은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해답들이 어렴풋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 또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대해서 위안을 받기도 하고, 60세가 넘어서도 예술가가 되기 위해 꿈을 놓지 않는 사연에서는 감동을 받았다.
결국은 답은 자신이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